리청 가게 왼편으로는 공터가 있고 경계쯤에 도라 플러드의 매음굴이 있다. 베어 플래그 식당 겸 술집도 있다. 오렌지 빛깔 머리를 한 도라는 험한 사업을 운영했지만 시끄럽거나 천박하지 않은 여자였다. 불법이면서도 세금을 내야 하는 이상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나름의 철저한 원칙으로 사업을 하고 기부금도 몇 배나 냈다. 1935년에는 샘 멜로이 부부가 동네로 이사를 왔고 창문이 없는 고장 난 보일러에서 살기로 했다. 들어가는 게 불편하기는 했지만 따뜻하고 아늑했다.닥이 오랜 세월 헌신했던 연구와 귀한 수집품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맥은 변상하겠다고 했다. 닥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자네는 오랫동안 생각은 하고 걱정도 하겠지만, 변상은 안 할 거야." (P. 180) 맥은 자신의 패거리가 한 일로 괴로웠고 슬펐다. 순수하게 닥을 위해 좋은 것을 하고 파티를 열어주고 싶었는데, 그런 순수한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았고 잊혀버렸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했고 무시했다."사회적 추방에는 두 가지 반응이 가능하다. 하나는 더 나아지고, 순수해지고, 착해지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쁘게 마음먹고 세상에 도전하면서 훨씬 더 나쁜 짓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낙인에 대한 반응으로는 두 번째가 단연 일반적이다." (p. 190) 닥이 맥 패러기들의 사회적 압력과 그로 인한 슬픔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닥은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어둠 속에 앉아 행복하게 낄낄거리며 와인을 마셨다. 캐너리 로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파티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닥은 문도 열지 않은 리청의 가게로 가서 맥주를 사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황홀한 아침을 맞았다. 어젯밤 읽던 책을 읽고, 자신에게 말한다. "지금도, 큰 잔치에서 녹색 잔과 금색 잔을 들어 올리며 삶의 뜨거운 맛을 보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네. 사라져버린 짧은 순간이지만 그래도 나의 여인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희디흰 영원의 빛을 내 눈 가득 담았었느니..."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한 웨스턴 생물학 연구소는 "바다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물품을 거래하고, 철학과 과학과 예술의 원천"이 되는 장소였다.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연구소장 닥은 실제 환자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이웃들은 아프면 그에게 왔고, 응급만 아니라면 열을 재고 약을 주고 기본적인 조언들은 해결해 주었다. 삼촌에게 늘 맞고 사는 열한 살 소년 프랭키도 학교 대신 닥의 연구소로 왔다. 닥은 작업복을 사주었고 연구소에서 허드렛일하게 되었다.맥 패거리들은 그를 위해 파티를 열고 위스키를 사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파티가 진정 닥을 위한 것인지 궁금해한다. 대신 닥을 위해 카멜 계곡으로 암 연구에 쓸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 리청이 외상값 대신 받은 전조등도 없는 트럭을 빌렸다. 몇 시간 고생 끝에 개구리 수백 마리를 잡아 닥의 연구소로 갔다. 그의 연구소에는 밤낮으로 불이 켜져 있었고 문도 열려있었다. 책, 레코드, 수술 도구 같은 도둑이 탐내지 않는 물건들만 있어 굳이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었다.캐너리 로의 늦은 밤 풍경셀리나스의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에는 각 작품들마다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통조림 공장 골목]에는 닥의 연구소가 상세히 나와있다.캐너리 로 등장인물들의 기념동상과 고요한 밤바다닥은 진실하고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외로운 남자였다. 바다의 조수에 맞춰 일을 하기에 자면서도 조수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맥은 닥이 늦은 밤 여자와 밤을 보낼 때도 외로움을 느낄 거라 생각했고, 이웃들은 늘 그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야 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닥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 뭘 좀 좋은 걸 해줘야 하는데. 닥이 좋아하는 걸로" (p. 61) 닥은 늘 맥주를 사러 길을 건너 리청 식료품점으로 간다. 맥주는 그의 유일한 기쁨이기에 만나는 이들에게 "세상에 맥주 첫 모금 맛만 한 건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삶은 빛과 어둠을 쉼 없이 가로지른다. 캐너리 로에도 행운과 불운이 번갈아 왔다. 도시의 부인들 성화에 도라네 베어 플래그는 문을 닫아야 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철로에서 잠들었다가 다리를 잃은 이도 있었고, 폭풍으로 정박해있던 세 대의 배를 잃기도 했다. 불운의 기운이 감돌 때는 개들도 피해 가지 못했기에 딜링은 급성 전염병에 걸렸다. "이런 일련의 불행을 설명할 길은 없다. 모두가 자신을 탓한다. 사람들은 검은 마음으로 몰래 지은 죄를 기억하고, 그것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캐너리 로에서 이른 아침은 마법의 시간이다. 빛이 찾아왔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인 회색 시간에 이 거리는 시간에서 빠져나와 은빛 속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로등은 꺼지고 잡초는 찬란한 초록빛을 뽐낸다. 통조림 공장의 골함석은 백금이나 오래된 백합처럼 진줏빛 광택을 발한다." (p. 117) 정어리가 잘 잡히는 3월이면 베이 플래그의 여자들은 바빠진다. "은빛 생선이 수도 없이 들어오고 돈이 지천으로 흘려 다녔다."불운이 올 동안 숨죽이고 잘 견뎌내면 다시 행운이 온다. 딜링은 다시 살아났고 캐너리 로를 에워싼 악의 벽은 깨졌다. 캐너리 로 사람들의 돈벌이는 잘 되었고 파티가 열릴 거라는 기대는 확신이 되어 기쁘게 거리를 맴돌았다. 10월 27일로 기억되는 닥의 생일 선물로 맥 패거리는 고양이 스물다섯 마리를 준비했다. 술집에서 우연히 자신을 위한 깜짝파티가 열리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닥도 파티를 준비한다.캐너리 로에는 리청의 가게와 웨스턴 닥 연구소 기념관, 등장인물의 기념동상, 주택 모형 등 작품을 그대로 재현해두어 작품 속 거리를 걷고있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바다 마을, 생선을 가득 실은 배들이 들어오면 통조림 공장에서는 경적이 울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온갖 이민자들로 구성된 그들은 생선을 씻고 자르고 다듬어 캔에 넣고 거리는 활기를 띤다. "거리 전체가 우르릉거리고 신음을 토하고 비명을 지르고 덜그럭거린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난 다음에야 거리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곳 사람들에게 "캐너리 로는 시이고, 악취이고, 삐걱거리는 소음이고, 독특한 빛이고, 습관이고, 노스탤지어이고, 꿈이다."리청은 창문 두 개에 문이 하나인 건물의 주인이 되었고, 무슨 용도로 쓸지 고민 중이었다. 여느 때처럼 시가 카운터 뒤를 지키고 있는데 동네 패거리 대장인 맥이 들어온다. 대뜸 애브빌의 건물에 대해 들었다며 자기들이 들어가 건물을 관리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리청이 그 제안을 거절할 시 봉변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돈을 받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오 달러를 내라고 했다. 이제 팰리스 플롭 하우스에는 맥 패거리 다섯 명, 맥, 휴지, 존스, 헤이즐, 에디 그리고 똑똑한 개 달링이 살게 되었다.그들이 모여살던 판잣집이곳에는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식료품점 '리청'이 있다. "깔끔함에서 모범을 보인달 수는 없지만, 구색 면에서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좀처럼 문을 닫지 않았기에 땡스기빙에도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살 수 있었다. 둥근 얼굴에 정중하고 당당한 영어를 쓰는 중국인 주인 리는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할인 판매나 떨이 판매는 하지 않지만, 외상을 많이 주었고, 외상값을 달라고 다그치지도 않았다. 모두들 없어서 못 주는 걸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