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퀵플렉스 임지은 l 에세이스트.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결같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구겨지면 ‘삶’이라는 단어가 생겨난다고 여긴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헤아림의 조각들’ ‘연중무휴의 사랑’ 등을 썼다. 내 경험을 쓰면 누군가는 대뜸 내 글이 어렵다며 이러쿵저러쿵 떠든다. 여성이 목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뭐 그들도 내 독자였으면 해서 몇년간 쉽게 써보려 애썼다. 다만 과정 중 나는 쉬운 글의 장점만큼이나 함정 또한 눈치채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르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기반이 되어야만 훨씬 더 잘 이해한다. 잘 아는 감수성, 사상, 문화 등…. 쉬운 글은 한 개인을 잘 모르는 세상으로 이끌기보다는,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세상에 그를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글을 쉽게 쓰라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상대방의 글솜씨는 쉽게 탓하는 반면, 자신이 타자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우치다 타츠루는 자기 용량을 늘리고 세계관이 해체되는 고통을 견디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뛰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사람은 ‘도라에몬’(어떤 고통도 거슬림도 없는 편안한 이야기)만으로 어른이 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그런데 우치다 타츠루상, 하필 내가 만난 많은 어른은, 자신이 무조건 옳다며 자기 눈에 거슬리는 걸 죄 없애버리려는 식이었답니다. 재밌죠?그런 어른들이 지겨워서 언젠가부터 그냥 내가 어른이 되어버리자고 다짐했다. 기왕이면 다른 방식의 어른. 그래서인지 요즘엔 너무 쉽게 이해되는 의견이 두렵다. 혹시 나도 나 편한 것에만 노출되려는 건 아닐까? 가끔은 속이 시끄러워도 디시나 일베, 스카이데일리 등을 들여다본다. 최근엔 좌파인 부모를 두고도 극우가 되어버린 청년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어떤 답변은 의외로 수긍되기도 했다. 물론 그와 나는 아주 다르지만 말이다. 우선 그는 내 글을 읽지 않을 거고, 생일 선물로 나와 같은 걸 바라지도 않을 거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 l 우치다 타츠루 지음, 송태욱 옮김, 서커스(2021) 지난주 생일이었던 내게 친구는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누군가의 파면을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고, 이미 늦었지만 더 늦게 주지는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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