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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필창 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3-12-30 09:38본문
무흔의 합리화는 참으로 단순했다.
‘마지막이라는 게, 본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만행을 저지를 용기를 주는 건가.’
입술의 감촉이라는 것이 대체 얼마 만인지.
무흔은 그 폭신함에서 이어지는 촉촉함, 미끈하게 이어지는 점막과 끈적일 정도로 집요한 질척임에 얽혀들었다.
눈을 감고, 제 등을 끌어안은 사내의 팔뚝과 허리를 휘감은 커다란 손을 한껏 느끼며 몸을 맡기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기 머물겠다고 하면 머물 수 있어.”
입술 위에서 닿을 듯 말 듯 달싹이는 윤의 달콤한 유혹이 무흔의 심장을 꽉 쥐고 흔들어 댔다.
바로 그때. 또. 이번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가 발을 만져줄 때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달콤하고 은밀한 접촉이 발꿈치 안쪽 경락에 해당하는 문제의 부분을 강렬하게 자극해 버렸다.
점입가경으로, 상대도 저와 똑같은 상태인 것이 아닌가!
“으악!”
제 것 이상으로 단단하고 굵직한 것이 배꼽 아래에 닿는 순간, 무흔은 소스라치게 놀라 윤을 밀어내고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았다.
더는 입맞춤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표시였다.
“먼저 들이대 놓고, 치한한테 당하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어쩌겠다는 건가.”
“회룬석 세 덩이로 효과가 충분한 건 제대로 입증이 됐으니, 이제 그만 하지.”
“작별 인사 한번 강렬하네.”
무흔의 얼굴이 방금보다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 장군이 이야기하던 예부상서 건도 그렇고,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절실하게 든 아쉬움도 그러하고. 결정을 철회하고 효명성에 남을까 잠깐이나마 그리 고민했던 것이 일순간에 싹 날아가 버렸다.
역시 이자를 떠나야 한다, 냉철한 이성이 경종을 마구 울려댔다.
“나는… 이, 이만 내일 출발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겠어.”
“잠자리 이야기를 지금 이 시점에 하는 것은, 혹 나보고 같이 잠자리에 들자 청하는 것인가?”
“미쳤는가!”
윤의 눈에 장난기가 스쳤다.
“내가 사로잡은 포로를 마음껏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살아 있는 마지막 날의 밤인데,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않겠나.”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던 무흔의 얼굴이 이번에는 사색이 되어 창백하게 질렸다.
“지, 지금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른 가라고!”
무흔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손목에서 나는 사슬의 찰랑찰랑하는 소리가 윤의 귀에는 마치 고양이 목에 매달아 놓은 방울 소리처럼 들렸다.
“귀엽긴.”
그리 중얼거리고, 침실로 다가가 꼭 닫힌 침실 문을 빼꼼히 열었다.
“오래간만에 회룬석 목걸이를 걸어 진이 빠질 터이니, 오늘 잘 때는 풀어놓고 자. 내일부터는 풀고 싶어도 풀지 못할 상황이 올 테니까.”
“알아서 할 거야.”
“얼른 풀어. 내일 봅시다.”
“주 국공!”
문을 닫고 막 가려는 윤을 무흔이 붙들었다.
“응?”
무흔은 제 근처에 놓인 촛불의 불을 후, 하고 불어 꺼버렸다. 그리 어둠 속에 저를 가두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미안해.”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흘러나온 그 말에 윤은 뜨거운 것이 울컥 목구멍으로 치솟았다.
“내가 어떻게든… 당신이 지인이 필요하다 매를 날리면, 반드시 이리로 올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
말이라도 고맙네, 라는 식으로 가볍게 받아칠 수도 있었지만, 윤은 그러지 못했다.
목이 꽉 메었다. 대답을 한다면 제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미안해. 내가 너무 나약해.”
한 번 더, 무흔에게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이번엔 알쏭달쏭한 말이 따라붙었다.
“나약하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런 게 있어. 생각해 보니… 나는 매번 당신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는 것 같네. 미안해.”
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뭐라 답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고, 또한 목이 잠겨서이기도 했다.
“주 국공, 이런 부탁 염치 없지만… 서신을 종종 써도 될까? 답신을 줄 수 있겠어?”
“서신 따위, 쓸 일 없게 할 거야. 그만 자.”
퉁명스레 대답한 윤은 소리 나지 않게 무흔의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일단 데려갔다가 어떻게든 데려올 거다, 사평과 도학 선생 앞에서 그리 큰소리를 쳤지만, 어쩌면 무흔은 그것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내가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였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까. 그대가 받아주었을까. 아니, 아닐 것이다. 미안하다는 것은 곧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니까.’
윤은 답답함에 한숨을 뱉었다. 어째서 무흔이 제게 자꾸 미안하다 하는지, 그 이유 또한 알고 싶었다.
‘그대를 잃고 싶지 않은 내 심정이, 그대에겐 치유자를 잃은 이능력자의 조바심으로 보였을까.’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니 고작 이런 것으로 휘청대지 말자.
윤은 그리 마음을 다잡았다. 중경에서 황제를 상대하여 무흔을 돌려받으려면, 이리 유약한 상태로는 어림도 없었다.
*
긴 행렬이 효명성을 출발했다.
말과 마차, 수레, 그리고 수행과 호위를 위한 인원과 온갖 물자가 급히 준비되기는 했으나, 사평이 있는 한 구멍이 날 일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지금 이리 출발을 하기까지, 무흔은 한 번도 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분주하기도 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간밤의 일로 인해 둘 다 서로를 피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마차에 오른 무흔은 윤이 선물해 준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다.
출발하자마자 무흔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설하가 자신의 마차에서 건너오면 같이 놀기도 했으나, 홀로 남으면 또 잠이 쏟아졌다.
롤배팅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은 윤이 하온을 보냈다. 의원으로 차출되어 동행한 그가 무흔의 마차에 들었다.
그가 맥부터 짚고, 이어 목걸이에 걸린 회룬석의 양을 눈으로 가늠했다.
“이 정도의 회룬석이면 사실 성주님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은증왕께도 충분히 균형이 맞아요. 다만, 억눌렸던 힘이 풀려난 후 다시 착용하신 것이라… 일시적으로 적응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계속 이러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제가 매일 경과를 살펴드리지요.”
“고마워.”
“다른 불편한 곳은 없으신가요?”
“딱히.”
“마차에 가만 앉아 오래 계시면 다리가 붓습니다. 이리 뻗으세요.”
여느 때보다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는 하온은 열심히 무흔의 종아리를 주물렀다. 심심해질 때면 한 번씩 그가 마차에 나타나서 무흔의 팔다리 어깨 목 등을 열심히 지압하고 말동무를 자청했다.
“하온, 중경에 가는 게 굉장히 설레나 봐. 첫날부터 내내 기분이 엄청 좋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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