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베팅 이용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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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 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23-11-15 00:36본문
“마법사들이 멍청한 족속임을 인정하지만 그들의 능력까지 멍청한 건 아니잖아요. 마법사가 된다면 꽤 멋질 것 같지 않아요? 약값도 안 들고, 치료 시간도 단축될 테고. 순간 이동이라는 마법도 있었죠? 그럼 먼 곳에 있는 환자들한테도 빨리 달려갈 수 있을 텐데…….”
소원을 말하라는 이안의 말에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마법사가 된다는 건 꽤 멋진 일 같았다.
아쉽네. 진짜 마법을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마법을 익힐 수 있는 자질은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극소수의 사람만 가지고 있는 데다가 그 재능을 꽃피우는 데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 실제로 마법사가 된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칼로바니안 제국보다는 주로 마법 왕국에 포진해 있었다. 진짜로 마법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이안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친 것뿐이었다.
이안이 내 말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내 능력 밖이라서.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 없다면 차라리 나와 결혼하는 건 어때?”
“…….”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제 늦게까지 약재를 정리하느라 피곤했나 보다. 어째 헛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가 방금 ‘나와 결혼하는 건 어때?’라고 했다 생각하다니.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딱히 묻어나는 것은 없지만 괜히 손가락을 후 불어 털어 내고는 그에게 말했다.
“황태자 전하, 제 귀가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요. 그러니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금 황태자 전하께서 제게 청혼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기쁘게도 그대의 청력은 지극히 정상인 듯하군. 내가 한 말을 제대로 들었으니. 그래도 다시 말해 줄게. 나랑 결혼하자.”
인상을 쓰며 빤히 그를 들여다봤다.
반듯한 이마와 깊어 보이는 눈매, 맑고 투명한 호수처럼 푸른색의 눈동자, 그리고 그 위에 길게 그림자를 만드는 속눈썹.
이러한 잘생긴 그의 외모를 감상하기 위해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금 나에게 무슨 까닭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분명 농담이겠지. 그가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혼이라니. 그것도 평민인 내게. 이런 게 진담일 리가 없다. 정말 질 나쁜 농담이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내가 만들어 준 약에 단단한 부작용이 생긴 것일 테고. 그 독하디독한 눈 색을 바꾸는 약을 너무 장복하기는 했지. 부작용이 생긴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
내가 세상모르는 철부지 소녀였다면 그의 농담을 오해하고 가슴 떨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인 나는 꿈속에 사는 소녀와는 달랐다. 어릴 때부터 맹인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가장 노릇을 하던 나는 누구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왔다.
나는 질끈 묶은 머리끝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역시나 잔뜩 엉켜 있는 거친 머릿결이 느껴진다. 빗자루처럼 뻣뻣한 붉은색의 머리카락은 빗질하기 어려울 만큼 잘 엉켜서 항상 하나로 묶고 다녀야 한다.
밤낮없이 환자들을 찾아 돌아다니느라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고,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휘두른 손톱 때문에 생긴 왼쪽 볼의 상흔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사내들만큼이나 키가 컸다. 다른 여인들보다 머리 하나는 삐죽 튀어나온 큰 키가 멋쩍어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다 보니 항시 등이 구부정했다.
특히나 골격부터가, 누가 보더라도 외국인인 티가 나는 이질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특별히 외형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내게 그가 반해서 청혼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농담이 분명했다.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소리하시는 것 보니 약의 부작용이 나타난 게 분명해요.”
“헛소리라니? 나는 진지하게 하는 말이라고. 괜찮은 방법이잖아. 가족은 함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니까 말이야.”
그의 말이 모순되게 느껴졌다. 자신의 적안이 황제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그 긴 세월 동안 숨겨 왔으면서.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누구 혼삿길 막으시려고…….”
내 말에 원치 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그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할 마음이 있었던 거야? 결혼하고 싶은 상대라도 생겼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화라도 난 사람 같았다. 아니, 지금 누가 화낼 때인데! 그리고 내가 진짜 결혼도 안 할 줄 알았나?
그저 바쁘게 살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다. 시간에 쫓겨 외로울 틈이 없었을 뿐. 마음이 맞는 상대가 생긴다면 결혼할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약국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쓸쓸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면 지금보다는 심적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나와 결혼할 상대가 있는가가 문제였지.
“결혼할 마음은 항상 있었다고요. 안 그래도 제페토 할아버지가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뭐? 누가? 누구를?”
이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저 기분 탓이라 여기며 말했다.
“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라고 우리 약국 앞의 주점을 운영하는 분인데, 매번 저를 볼 때마다 왜 결혼 안 하느냐고 극성이시더라고요.”
“노망난 늙은이로군.”
그는 짓이겨 어뱉듯이 말했다. 누가 들으면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의 원수라도 된다고 여길 터였다.
“그래서 그렇게 성화할 거면 괜찮은 사람이나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여간, 심통 맞은 할아버지라니까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될 것이지 왜 그동안 시비 걸면서 결혼 안 하냐고 타박한 건지.”
“정말 이상한 늙은이야. 그런 자가 소개해 주는 이라면 뻔하지. 소개받을 필요도 없어!”
그는 단정 짓듯이 딱 잘라 말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이상한 분인 건 맞지만 소개해 주려는 상대는 괜찮은 사람 같아요.”
그가 깊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벌써 만나 본 거야?”
“아직 정식으로 만나 본 건 아니에요.”
“만나 본 것도 아니면서 괜찮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이상하고 지저분한 인간일 거야. 분명 술주정뱅이에 배 나오고 못생긴 사내겠지. 남자가 늦게까지 결혼을 못 한 거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만나 봐야 시간 낭비야.”
그 말에 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제가 지나가면서 봤거든요. 꽤 괜찮아 보였어요.”
“지나가면서 봤다고?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나는 그의 말에 열심히 내가 아는 것들을 설명했다.
“대장장이예요. 제법 실력도 좋은 모양인지, 그에게 검을 맡기려고 하는 손님이 많아서 고위 귀족들도 검을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은 사람이라면 여태 혼자일 리가 없잖아.”
“워낙 일이 바쁘다 보니 여자를 만날 시간도 없었대요. 지나가다 아주 우연히 봤는데 풍채도 좋고 듬직하게 생겼더라고요. 몸이 어찌나 좋던지…….”
우연인 척 그의 대장간 앞을 지나가며 내부를 들여다봤다가 붉게 달구어진 쇠를 망치로 호쾌하게 내려치는 모습을 제법 흡족하게 바라봤었다.
대장간 안이 더워서인지 웃통을 벗고 일하고 있었는데 쇠를 두드리느라 만들어진 근육이 보기 좋았다. 특히나 단단하게 근육으로 잘 짜인 가슴팍과 팔뚝을 생각하자 괜히 얼굴로 열기가 몰렸다.
얼굴이 붉어질까 부끄러워 부랴부랴 차가운 손바닥으로 열기를 식혔다.
이안이 고깝다는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 걸 보니 이미 내 얼굴은 시뻘게질 대로 시뻘게진 모양이었다.
“몸이 좋았다고?”
“벗은 몸을 일부러 본 것은 아니고, 대장간이 덥잖아요. 윗옷을 벗고 일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연히, 아주 우연히 본 거예요.”
나는 변태로 의심받을까 싶어 우연을 강조했다.
“고작 대장간 사내 때문에, 그것도 아무 데서나 훌렁훌렁 벗는 예의 없는 놈 때문에 황태자인 내 청혼을 거절하겠다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고 이리 와서 앉아 봐요. 어서 진료하고 가 봐야 하니까요.”
그는 여전히 뿔난 얼굴을 하고서는 내게 말했다.
“좀 더 천천히 가도 괜찮잖아.”
그는 부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의자를 내 앞으로 바짝 끌어와 앉았다.
“저 바쁜 사람이에요. 오늘은 돌아가서 달여 놓을 약재도 있단 말이에요.”
그 말에 그는 더 이상 조르지 않고 풀이 죽어 버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붙들고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육안으로 그의 눈 상태를 살폈다.
그는 무방비한 표정을 하고 자연스럽게 내 손길에 얼굴을 맡기고 있었다.
아무런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스타베팅 마주하고 나자 장난기가 샘솟았다.
“아, 해 봐요. 이, 해 봐요.”
내 명령에 그는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는 시키는 대로 입 모양을 ‘아아’, ‘이이’ 하고 벌렸다.
진료에 필요한 행동은 아니었다. 동물의 치아 상태를 확인할 때나 사용하는 방법이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이안은 내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랐다.
그 순진한 모습이 미치도록 귀엽게 느껴져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푸흡!”
갑작스러운 웃음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해하는 얼굴로 쳐다봤다.
“그냥, 황태자 전하를 보고 있으니까 대쉬가 생각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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