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앞 수퍼에서는 뭘 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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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일드세븐 댓글 0건 조회 366회 작성일 24-05-15 16:5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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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던컨 대통령의 추도사가 있겠습니다.
검은 정장의 남자가 단상에 오른다. 재킷 단추를 여미고, 좌중을 한 번 둘러본다. 엄숙한 얼굴.
그리고 사방에서 펄럭이는 성조기.
“……2년이 지났습니다.”
공화당의 대통령은 그렇게 운을 떼었다.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행정부와 사기업이 손을 잡고 조직적인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데다가…… 이를 은폐하고 정권을 유지하려 미국의 땅에 게이트까지 발생시켰던, 믿기지 않는 사태가 2년 전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재건된 맨해튼의 한복판. 아직 게이트가 남긴 상처를 재건 중이었지만…… 얼마 전 모든 구역이 안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자리에 높이 서 있던 다국적 제약회사 건물만은 해체되고 없었다. 그 잔해를 모두 치우는 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그들이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진심으로 믿었을 뿐입니다. 그들의 신념이 이 나라를, 또 이 세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믿고 행동한……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습니다.”
던컨 대통령이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조용히 듣는다. 추모의 검은 옷. 뉴욕 게이트에서 희생된 군인과 민간인들의 유족도 보인다.
“따라서 뉴욕 게이트 사태는 경고입니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스타토토사이트 롤토토사이트 위험하고 불완전한 존재인지에 대한…… 경고입니다. 신념은 불완전한 우리를 이끄는 등불이 되어주지만 때로는 그 밝은 빛으로 우리의 눈을 멀게 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다른 세상의 침략과 맞서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거창한 명분과 배타적인 생존주의가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기 쉬운 시대니까요.”
던컨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흔들림 없는 진리일수록 경계해야 합니다. 불완전한 우리가 신념에 매몰되면 죄 없는 사람들이 대신 피를 흘린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목격했습니다.”
그가 옆을 가리킨다. 추모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조형물. 아니, 아틀라스 바이오메디컬의 건물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이 거기 있다.
무너지다 만 벽의 일부. 그리고 그 아래 스며든 검은 핏자국. 게이트를 닫고 인명 피해를 막은 헌터가 숨을 거둔 곳이다.
흔히들 벽, 더 월(The Wall)이라고 부르는 뉴욕 게이트 사태의 상징이었다. 투명한 보호벽으로 싸여 보존되고 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자 한 사람의 미국인으로서…… 저는 2년 롤베팅 롤배팅 오늘 이 자리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할 책임을 느낍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933명 모두에게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합니다.”
933명. 뉴욕 게이트 사태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숫자였다. 예상보다는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성재학 헌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던컨 대통령이 조용히 말을 잇는다.
“마지막 순간 게이트를 닫고 모든 괴수를 시민들에게서 떨어뜨린 성재학 헌터의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훨씬, 훨씬 더 많은 이들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을 겁니다.”
수십의 카메라가 연설을 조용히 응시한다. 아마도 전 세계로 방송되고 있으리라.
“게이트를 연 자들이 괴물이 아니었듯, 성재학 헌터도 처음부터 영웅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우리로서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는 가슴 속의 선량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악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을 위해 마지막까지 싸웠습니다.”
대통령이 말한다.
“저는 그에게서 불완전한 우리의 희망을 봅니다. 상처 입고 피 흘리면서도 나아가는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각성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또 우리 모두가 게이트를 닫고 괴수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신념을 맹목하고 악에 굴종하고 싶은 삶의 순간마다, 그를 기억하는 것 정도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 한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더 월을 향해 섰다.
“살아남은 모든 이를 대표해, 성재학 헌터에게 무한한 스타베팅 롤드컵토토 존경을 전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던컨 대통령이 경례를 올린다.
탕, 타타탕…….
의장대가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스물한 발의 총성. 가장 엄숙한 애도의 의미다.
추도식은 그렇게 끝났다. 한동안 자리에 남아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대통령이 떠나고 기자들이 떠난다.
마지막으로 유족과 일반 추모객들이 돌아가고 행사 관계자들이 의자와 단상을 정리하자 추모 공원은 다시 홀로 조용히 남겨졌다.
“…….”
하지만 한 명, 떠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여자였고, 맨 뒷줄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말없이 서서 남겨진 벽, 더 월을 본다. 추모객들이 놓고 간 하얀 꽃들이 쌓여 있다.
여자는 가져온 하얀 꽃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내려놓지는 못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홀연히 나타나 여자의 옆에 섰다. 노년에 접어든 남자. 중절모와 목도리, 그리고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
노인은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추모비를 들여다본다. 933명의 중간 즈음, 나타니엘 파르반이라는 이름을.
뉴욕 게이트 사태 이후 민주당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연방 대법원은 계엄령을 무효로 돌렸고 공화당은 뉴욕 사태의 모든 전말을 폭로했다.
거기에 본래 각국 정보 기관들에게만 암호화 송신되었던 현장의 영상까지 모종의 이유로 민간에 동시 중계되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 매킨지 대통령은 결국 자진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자마자 대선이 치러졌고…… 공화당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529명, 득표율 98.3%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선거에 승리했다. 이는 근현대 미국의 역사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기록한 98.49% 이래 최대의 득표율이었다.
덤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민주당 부통령 사라 하인케스는 17일 3시간 22분 후 백악관을 떠나며 역사상 가장 짧은 임기를 보낸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공화당과 파인버그 의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특무대와 아틀라스의 뒤처리였다.
파인버그 의원은 아틀라스 바이오메디컬의 수뇌부를 모조리 처벌함과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렸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아틀라스 바이오메디컬은 결국 대부분의 사업부를 경쟁사들에게 매각하여 과거의 규모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나마 핵심인 코어공학과 괴수 생물학 부분은 존속할 수 있었으나, 대신 국가의 감독 없이 독자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감독관 중 한 명이 괴수 생물학의 전문가 레이첼 파인버그 박사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반면 에르거 식스 특무대의 경우는 조금 더 까다로웠다. 일반 용병들과는 달리 온갖 더러운 일을 해 온 특무대는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아틀라스의 사상에 감화되어 보복성 테러나 암살을 노릴 수도 있다고 판단되었고…… 결국 전담 부대가 조직되어 대대적인 사냥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냥을 지휘하는 중간중간에도…… 파인버그 의원은 이렇게 한 번씩 홀로 추모 공원에 오곤 했다. 오래도록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부관이 거기 있었으니까.
“……그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니셔도 되나요?”
이윽고, 지슬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특무대 잔당이 남았을지도 모르는데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파인버그 의원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위험한 건 이제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제 그 친구 결국 TV에까지 나왔던데.”
“…….”
지슬은 푹 한숨을 쉬었다. 어제 그녀도 보고 말았던 것이다.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토크쇼에 등장해 자신이 경험한 싸움에 대해 점잖게 열변을 토하는 조르주 펠르랭을.
“……진짜 그냥 입을 막아 버릴까.”
문득 생각하니 부아가 치민다. 1년쯤 전에 갑자기 회고록을 쓰겠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필 그게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아니, 사실은 예상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추도사에서 드러나듯 공화당은 성재학이라는 인물을 일종의 아이콘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비록 타산이 많이 섞인 행동이었지만 사람들은 항상 영웅에 목마른 법이었으니까.
조르주의 회고록은 그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 주었다. 바로 옆에서 성재학을 따라다녔던 남자의 하드보일드한 기록은 끝을 모르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조르주는 이미 수영장이 딸린 저택에서 피나콜라다를 홀짝이고 있었다. 이건 지분이야, 라며 지슬에게 상당히 큰돈을 건네주기까지 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건 회고록에 그녀의 실명과 정교한 초상화까지 넣은 값이었다.
누군가는 알려야지, 조르주는 피나콜라다에 취한 채 그렇게 말했었다.
“선배님 얘기를 누군가는 알려야지. 기왕이면 그 누군가가 내가 되면 더 좋은 거고.”
“……아샤드 씨 반만 닮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네.”
아미라 아샤드는 여전히 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었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은 뒤 파인버그 의원은 그녀에게 백악관 대변인 자리를 제안했다. 그녀가 겪은 일과 세운 공적을 생각하면 합당한 보상이었지만…… 아샤드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저널리즘에 인생을 바친 사람이었다. 관직과 정치는 그녀의 열정이 향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네는…….”
파인버그 의원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부하나 동료라기보다는, 같은 전장을 싸워 살아남은 전우에 더 가까운 거리감이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 것은 뉴욕 게이트 사태 이후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뉴욕에서 많은 것을 얻고 또 잃은 두 군인은 금방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다. 부녀에 가까운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계속 총을 잡을 건가?”
“네.”
지슬이 웃으며 말했다.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되겠죠.”
아틀라스 바이오메디컬의 행적이 모두 폭로되었다는 것은 지배종의 힘에 관해 온 세상이 알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정보는 욕심을 낳고 욕심은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틀라스의 시체를 어떻게 갉아먹어 보려는 흰개미들이 세계의 구석마다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니콜라스 타카하시가 남긴 어둠이었다.
“꽃은 그다음에 놓으려고요.”
“……그래.”
파인버그 의원이 눈을 감고 미소를 짓는다.
“무운을 비네. 뭐든지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노회한 정치인은 그렇게 말하며 멀어져 갔다.
“…….”
지슬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담배. 입에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붙인다. 알싸한 향이 퍼져나간다.
“……잘 지내죠?”
지슬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잘 지내요.”
하늘이 높다. 다시 겨울이다. 맑은 바람이 추모비 아래 하얀 꽃잎을 살짝 흔들었다.
고생 많았어요, 지슬이 작게 말했다.
* * *
“카페 모카 하나요. 톨 사이즈로요.”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아니요, 빼 주세요.”
“네, 따뜻한 톨 사이즈 카페 모카 휘핑크림 없이 결제 도와 드리겠습니다-”
키 큰 남자가 카드를 받아 결제 단말기에 꽂는다. 삐빅, 산뜻한 기계음.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진동벨을 받아 든 손님이 몇 발자국 물러난다.
커피는 금방 나왔다. 그 손님까지 나가자 마침내 카페가 한산해진다. 밖은 어둠이 내린 지 오래다. 하루 장사의 끝.
“……죽는 줄 알았네.”
“왜 니가 죽네? 커피는 내가 다 내렸구마는.”
“그래, 고생했다. 커피 하나 더 내려서 너 마셔라. 내가 쏜다.”
상준이 문의 팻말을 CLOSED로 바꿔 달며 시큰둥하게 말한다. 린이 뭐라고 욕지기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한쪽 구석, 오픈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작은 개인 카페였다.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위치임에도 의외로 첫 주 매상이 롤토토 스타토토 않았는데, 잘생긴 남자가 있다는 소문과…… 뜻밖에도 썩 그럴싸한 커피 자체의 맛 덕분이었다.
“내가 그때 너의 말을 듣는 거이 아니었는데.”
린이 커피 기계를 닦으며 투덜거렸다.
“깜빵까지 갔다 오고 이게 뭐이래니.”
“모범수로 나왔잖아. 우리 같은 처지에 너무 징징대지 말자. 서로 기운만 빠지니까.”
상준이 무심하게 대답한다. 2년 전, 상준과 린은 국정원의 조사인 신분으로 통제구역에 들어가 뉴욕 게이트의 영상을 민간에 생중계로 돌려버린 혐의를 피하지 못했다.
파면은 물론 실형 3년을 선고받고 들어갔으나 뜻밖에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석방되었다. 명분은 모범수. 보호관찰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그날 교도소 앞에는 검은 차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다. 정진 제1 차장이었다.
“그 아저씨 진짜 국정원장 되겠던데. 새로 들어선 미국 정부랑 CIA가 감사패도 보내주고 완전 으쌰으쌰 해 준대. 재학이 도와줬다고.”
“그것도 도와준 걸로 치는 거이 맞네? 아니, 누구는 지시 몇 개 잘해 가주구 국가정보원장이 되고, 누구는 옳은 일을 해도 깜빵에 가구…….”
따릉, 그때 유리문이 열리며 작은 종이 맑은 소리를 냈다.
“야, 너네는 무슨 그런 얘기를 그렇게 큰소리로 하냐?”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야…… 그럴싸하다? 솔직히 얼마 못 가서 망하지 싶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건 전 현행작전팀 정보 반장 김현규였다. 부상으로 은퇴한 뒤 대학원을 다니며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뒤에는 은하도 보였다. 후우, 겨울이라 빨개진 코끝.
“망해요? 반장님, 이거 다 대출이에요. 망하면 얘랑 나랑 진짜 반장님 댁에 빌붙어야 돼요. 진짜로.”
“반장님?”
그런데 김현규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더니 호들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어느 반장? 여기 이제 반장이 둘인데?”
“……엥?”
상준이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뭐야, 은하 반장이야?”
“이란 TF 팀 정보 반장 차은하……입니다!”
은하가 어색하게 가슴을 펴고 뻐긴다. 사실은 별로 하기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눈치. 보아하니 김현규가 들어가서 이렇게 하라고 시킨 모양이었다.
“무슨 4년 차에 반장이야?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가능은 한가……?”
“임시야, 임시.”
김현규가 딸이 못내 자랑스럽지만 그래도 겸손은 하고 싶은 아빠처럼 말했다.
“그 왜, 너네도 알지? 최현욱이. 걔가 과로로 쓰러져서 한 명이 올라가야 했는데 얘가 밑에 급 중에 제일 선임이었대.”
“허이구.”
린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는 눈치였다. 그걸 놓칠 김현규가 아니었다.
“야, 너는 원래도 사법 거래로 들어왔던 거 아니었냐? 본국 송환을 안 당한 걸 감사해야지.”
“…….”
김현규의 핀잔에 린이 뭐라고 한 마디를 하려다가 그만둔다. 딱히 할 말도 없을 것이다.
“효석이 형도 가끔 와?”
“아뇨, 한 번도.”
“장사 열 때 화환 하나 보내고 끝이디요.”
흠, 김현규가 중얼거린다.
“……뭐, 그 형은 좀 고지식한 구석이 있으니까. 너네가 이해해라.”
“그, 저기…….”
그때, 은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강지슬 요원님은 안 오시나요?”
“아, 걔…….”
상준이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어. 미국 간다던데.”
“미국이요?”
“그 왜, 7일 맞춰서.”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12월 7일. 2년 전 뉴욕에 게이트가 열렸던 날. 그리고…… 재학이 죽은 날.
“…….”
아틀라스와 특무대의 모든 행적이 폭로되자 재학이 썼던 누명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3년 전 미디어를 뒤덮었던 끔찍한 살인 사건. 그때의 그 살인범이 사실은 거대 기업과 미국 정부에 의해 고통받은 선량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정부의 요원이 되어 결국 거대한 음모를 저지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긍정적으로는 성재학의 삶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의 모친의 장례가 다시 예의를 갖춰 치러졌고…… 성민의 유족을 위한 기부가 이어졌다.
압류당했던 재학의 재산, 국가정보원과 에르거 식스에서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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