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요 다음에 또이용할게요 감사합니다.

99화. 스타토토사이트 오빠를 좋아해
2024.03.11.


그래도 롤토토사이트 상담이라고 차려입고 와서 다행인가.

아니, 롤베팅 않았다.


‘오빠, 롤배팅 그 상태로 리체 언니한테 고백한 거야?’

‘형은 지금 스타베팅 비싼 옷을 걸친 개똥밖에 안 된다고……!’

릴리와 롤드컵토토 처참한 장남의 고백을 목격한 자신들의 푸른 눈을 서로 가려줬다.

그래도 롤토토 반응이 궁금하니 검지와 중지는 살짝 띄운 채.


‘리체 스타토토 뭐라고 할 거 같아?’

‘홂덤사이트 온라인홀덤.’

홀덤사이트 멋없는 온라인홀덤 누가 받아준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쌍둥이였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리체가 로벤하프의 말에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좋아해. 로벤하프 오빠.”

뭣.


‘설마, 리체 언니가.’

‘우리 형을?’

쌍둥이는 눈을 크게 떴다.

눈치 있는 동생들이라면 분위기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이렇게 흥미진진한 걸 어떻게 안 봐.

로벤하프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조차도 멋이 없다며 릴리가 한탄했다.


“리, 리체? 그게 정말이야?”

“응. 실은…….”

리체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우리 오빠한테 들었어. 로벤하프 오빠가 나를 좋아해 준다고.”

여기서 데르케디온 형, 오빠가?

판타지가 일어나는 듯싶었던 로벤하프의 로맨스에 비상등이 켜진 듯했다.

제집 장남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반대할 위인이, 왜 언급이 된단 말인가.

불길한 예감은, 리체의 입에서 현실이 되어 흘러나왔다.


“릴리랑 로터스처럼.”

“……?”

우리처럼?

어리둥절한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리체는 로벤하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나를 친동생처럼 여겨준다며? 나도 로벤하프 오빠가 우리 오빠처럼 가족 같아.”

역시나.

쌍둥이는 띄운 검지와 중지를 살며시 붙였다.

아무래도 리체를 자신들의 집에 들일 계획 후보에서 ‘새언니/형수님’은 지워야 할 듯했다.


　

***

로크샤 제국의 황궁, 황제의 회의실.


“짐도 게르웨르 가문의 재건과 후계자의 공작 작위 계승을 인정한다.”

황제는 제 앞에 있는 문서에 인장을 찍었다.

그 인장 옆에는 세 공작 가문 가주들의 인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게르웨르 가문을 다시금 공작 가문으로 받아들이고, 그 후계자가 공작 작위를 계승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인장.


“돌아온 걸 축하하네. 게르웨르 공작.”

황제의 말에 대각선에 앉은 금발의 남자가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이안드웨인 게르웨르.

그 옆에는 블레이크가, 맞은편 자리에는 히베츠만 공작과 세르디야 공작이 앉아 있었다.

돌아온 게르웨르 공작 가문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그렇게 공작들과 황제의 논의가 마무리되자, 황제의 입에서 사담이 흘러나왔다.


“어릴 적 사냥제에서 보고 처음이군. 이렇게 장성한 모습의 자네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그때는 몰랐지.”

황제는 이안드웨인에게 그렇게 말하며 턱을 매만졌다.

약간의 뼈가 있는 말이었다.

전대 게르웨르 공작이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것은, 황실에서도 극비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그랬던 아비는 실종, 그 아들은 살아 돌아왔다, 라. 능력자들의 대는 어떻게든 다음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이번에도 들어맞았군.’

증발하듯 사라진 게르웨르 공작 가문.

그리고 8년 만에 가문의 막대한 재산과 함께 돌아온 그 후계자.

혜안을 가지고 나타난 후계자가 게르웨르의 능력자임은 틀림없었으나.


‘미심쩍은 부분이 많지. 그간 무엇을 하고 지냈으며, 게르웨르 공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런데도 황제는 조금 전 공문에 인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세 공작이 일제히 이안드웨인을 지지하고 나섰으니.

황권이 공작들보다 약한 지금, 그 지지를 반대하는 것은 제 살 파먹기밖에 더 되지 않았다.


‘이대로 공작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가.’

로크샤 제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네 공작 가문이었다.

황실은 허울만 좋은 허수아비.

힘을 키울 기회를 노리는 황제의 시선이 한 곳에 닿았다.


“로드윅 공작.”

블레이크가 앉은 자리였다.

황제의 부름에 블레이크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돌아온 로드윅 공녀가 올해 열여덟인가?”

“그렇습니다.”

로드윅 가문의 공녀는, 황제인 자신도 그 소문을 알 정도로 로크샤 제국에서 유명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수려한 외모, 마탑에서 노릴 정도로 뛰어난 마법 실력, 실종 전에는 아카데미의 마법과 수석을 내어주지 않았을 정도로 비상한 머리.

하지만.


‘평민 출신.’

로드윅 공작이 그 수양딸을 아낀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평민 출신이었다.

콧대 높은 명문가, 히베츠만의 공녀보다 주무르기 쉽지 않겠는가.

황제는 블레이크에게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공녀가 내후년이면 성인이 될 테니, 빨리 짝을 찾아야겠군.”

이안의 눈가가 슬쩍 움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