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며칠이 지났다.

협회장이 보낸 자객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안 오네. 이러다 저 할아버지가 되어버려요.’

내 경고를 받아들인 걸까.

하기야 협회장은 바보가 아니다.

태한그룹과 관계를 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을 하나 스타토토사이트 롤토토사이트 한다는 위험한 모험을 즐길 도박사는 더더욱 아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조용하다는 말은, 아예 손을 떼기로 작정했거나 확실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아예 손을 떼기로 한 거라면 좋겠네. 혹시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그때는 당신의 끝인 거고.

마력 회로를 되찾은 마당에 협회장을 작살낼 방법은 많고도 많다.

외압에 굴할 필요가 없으니 눈치 볼 이유도 없다.

자객?

백날 보내 봐라.

자객의 관이 산처럼 쌓일 테니.

‘아무튼 약속을 지킨다면 나도 더 이상 뭘 할 생각이 없어. 그러니 처신 잘하라고.’

평화가 제일이지.

아무튼 그건 그거고.

“슬슬 부추를 심고 싶은데···.”

텃밭은 혼신의 괭이질로 충분히 확장했다.

-대단한 차후!

-지배자님의 대단한 힘으로 영토가 엄청나게 넓어진 차후!

기뻐서 방방 뛰는 차후족들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차후? 말씀하시는 차후.

“혹시 너희, 부추를 만들 수는 없니? 아니면 이 근처에서 부추 롤베팅 롤배팅 찾아낸다거나···.”

-부추가 뭐인 차후?

“그러니까, 초록색에 길쭉한···. 에라이, 됐다. 말을 말자.”

-말을 하다 마는 게 가장 나쁜 짓인 차후.

모든 걸 차후족에게 맡길 순 없는 일이다.

그들의 역할은 텃밭 관리 및 재배.

매일매일 ‘잘 자라는 차후’ 하며 작물도 키우고, 텃밭을 넘보는 무자비한 해충들과 혼신의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 ‘저쪽 밭에 가서 부추 씨앗 좀 서리해 오너라’ 할 수는 없는 일.

‘작물의 공수는 텃밭 주인이 할 일이지.’

뭐, 사실 부추를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집집마다 가꾸고 있는 게 텃밭인데, 텃밭 작물의 단골 중의 단골, 메인 플레이어인 부추를 안 키우는 집이 있을까.

나 빼고.

‘그리고 뒷집 소영이네도 빼고.’

왜 안 키우는지 슬쩍 물어봤더니 부추를 싫어한대.

맛이 없대.

‘부추의 맛을 모르는 소영이 어머니와 소영이가 불쌍하군. 가엾은지고.’

아무튼 결론.

‘부추를 키우는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고, 저기 죄송한데 부추 포기 나눔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본다···.’

전화로 음식 배달시키는데 서툰 사람이 메모에 할 말을 미리 적어 두듯, 머릿속으로 할 말을 새겨 나가던 와중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렴.”

“동네 산책하는데 조심은 무슨.”

활기차게 현관문에서 나오며 깔깔 웃는 뒷집 소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번뜩였다. 아이디어가.’

오늘은 주말이다.

소영이가 학교를 안 가는 날이다.

그리고 소영이는 우리 창읍리의 명실상부한 아이돌이자 노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손녀 포지션.

게다가 최근엔 나은 다리의 재활을 겸해 매일 마을을 두루두루 시찰하고 있으니, 소영이의 인지도와 인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창읍리 차기 부녀회장을 넘어, 차기 이장의 자리를 넘볼지도 모를 일.

‘그런 소영이를 등에 업고 부추 포기 나눔 좀 받읍시다, 하면 스타베팅 롤드컵토토 내놓지 않을 집이 없을 터.’

호가호위(狐假虎威)라.

소영이의 드높은 덕망에 한 번 기대보자.

마침 집 앞을 지나던 소영이를 불렀다.

“소영아!”

부르자 움찔한 소영이가 이쪽을 돌아봤다.

“아, 네! 왜요?”

“산책 가는 길이야?”

잠시 망설이던 소영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네. 잠깐 한 바퀴 돌고 오려고요.”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네?”

소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황, 그리고 걱정.

아직 얼굴에 드러나는 동요를 채 능숙히 감추지 못하는 소영이를 보며 내심 끌끌 혀를 찼다.

‘아이고, 날 걱정하는구나.’

예전에 내가 했던 고민과 똑같으리라.

하늘은 왜! 나를 낳고 소영이의 다리를 낫게 했는가! 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이다.

아직 다리를 저는 내 앞에서 재활한답시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였다간,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이다.

괜한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는 스스럼없이 말을 롤토토 스타토토 소영이가 재활을 겸해 마을을 돌아다닐 때만 유독 죄지은 듯이 나를 피하곤 했다.

“뭐, 혹시 안 되면 말고.”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도는 건데요 뭐.”

“그럼 같이 가자. 모처럼 답답하기도 했고. 잠깐만, 금방 준비하고 나올게.”

“네! 천천히 나오세요.”

집으로 들어가 손에 들고 있는 괭이, 나노 입자기에 마력을 가볍게 불어 넣었다.

순간 꿈틀거린 나노 입자기가 빠른 속도로 지팡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팡이는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다.

다리를 저는 놈이 들고 있기에 딱 알맞은 물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멀쩡한 다리로 절뚝대려니 골반이 아려온다.

지팡이로 짚으면 좀 낫겠지.

게다가 협회장이 보낸 놈팡이가 언제 깜짝 등장할지 모르니, 대비책 하나는 들고 있어야 한다.

‘으음, 마력이 있으니 편하긴 하네. 마력이 없을 땐 마지막으로 쓴 소총 형태에서 다른 용도로 변환할 수가 없었는데.’

물론 기계이니만큼 따로 조작이나 명령어를 입력하면 변환할 수 있다지만, 지금껏 마력으로만 나노 입자기를 다뤄 왔기에 직접 조작해서 변환시키는 건 많이 서투르다.

정말 비상시에만 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여기 살면서 비상시라 할 일은 없었다.

덕분에 최근 몇 년 동안 꼼짝 못 하고 1형태인 소총 형상으로 고정되어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내 애병(愛兵)은, 내가 마력을 되찾은 덕분에 모처럼 형태를 변환하는 때아닌 호사를 누리고 있다.

결과물이 쟁기에 지팡이라는 게 문제지만.

‘앞으로 새 농기구를 살 필요는 없겠군!’

아무튼 슬슬 나가자.

소영이 기다릴라.

지팡이를 짚고 괜히 절뚝대는 척하며 마당으로 나가니, 휴대폰으로 얼굴을 비추며 머리칼을 연신 만지작거리고 있는 소영이가 보였다.

“오래 기다렸지? 가자.”

“앗! 넵! 근데 그건 또 웬 지팡이에요? 원래 그런 거 안 썼잖아요.”

“얼마 전에 하나 장만했지. 나도 슬슬 운동을 해야겠더라고. 언제까지고 집구석이랑 텃밭만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으니.”

소영이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와! 드디어 돌아다닐 생각이 드신 거예요?”

“그러게 말이야.”

“히히, 잘 생각하셨어요. 운동하면 좋죠.”

소영이의 말에 괜히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이 나이 먹고 고등학생 여자애 말을 듣고 멋쩍어하는 걸 보면, 누군가는 ‘아이고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저거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햇빛이 닿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커먼 골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술만 퍼마시던 녀석을 햇빛 아래로 끌어 올려 준 장본인이 소영이네다.

아주머니는 내 목숨을 살린 것에 무려 7할의 지분을 가지셨고, 소영이는 대략 3할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그런 소영이 가라사대 운동하면 좋다시니 어찌 멋쩍지 않겠는가.

아무튼 소영이는 내 저는 다리를 배려하듯 옆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재활을 열심히 하는지 이제는 얼마 전과 다르게 상당히 잘 걷는다.

마을 잔치 때만 해도 걸음마나 다름없었는데.

‘다리 근육도 빠르게 붙고 있는 모양이고.’

반바지 아래로 활기를 점차 되찾아 가고 있는 소영이의 다리에서 시선을 거두며 마을을 한 바퀴 느긋이 둘러봤다.

‘어디 보자, 부추를 나눠 받을 만한 곳이···.’

두리번거리는 와중.

“오빠, 뭘 그렇게 둘러봐요?”

“저번에 부추를 새로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었잖아. 혹시 부추를 조금 나눠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산책하는 김에 잠깐 둘러봤는데, 지금 보니 안 키우는 집이 없네.”

“으음···. 우리 집은 안 키우지만요.”

“하하, 그러게.”

마을의 가구 태반이 텃밭을 두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부추를 키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 집 대문을 쾅쾅쾅 두드리고, 소영이 얼굴을 들이밀며 ‘부추 내놓으쇼’라고 말하면 냉큼 부추를 대령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만큼 선택 장애가 오는군.’

괜히 고민하던 와중.

“할머니!”

“응? 오오, 그래. 소영아.”

마침 지나가던 마을의 할머니 한 분을 붙잡은 소영이가 부추를 뜯기 시작했다.

“부추 좀 주실 수 있어요?”

“후추?”

“부추요! 부! 추!”

“잉, 부추.”

아이고, 세상에.

전동 휠체어를 타던 때도 앙천대소를 터뜨리며 온 마을을 누비던 소영이에게 선택 장애 따위는 없었다.

얼른 할머니에게 공손히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제가 이번에 새로 부추를 좀 키워 보려고요.”

“잉, 그렇구먼. 뒷산쪽에 사는 총각이었구먼.”

“예. 혹시 부추를 조금 나눠 주실 수 있으신지···.”

“잉, 그려. 뿌리 조심해서 잘 뽑고.”

“감사합니다, 어르···.”

말도 안 끝났는데 할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멀어졌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할머니 이 시간이면 고스톱 치러 가시느라 바쁘세요.”

“···그렇구나. 근데 할머니 텃밭이 어디지.”

“요기 바로 앞이요.”

이 정도면 소영이는 정말로 차기 마을 이장을 노려봄 직하지 않을까.

할머니의 텃밭으로 가서 조심조심, 뿌리가 안 다치도록 살금살금 흙을 파는 와중이었다.

“어이!”

갑자기 웬 고함이 들려오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웬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담배를 입에 물고 못마땅하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창읍리, 우리 마을의 청년회장이다.

청년회장이라지만, 시골 마을의 고령화는 심각하기 그지없어 나이가 50대인데도 여태껏 청년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던가.

‘이름이 도준욱이던가?’

“준웅이 아저씨, 안녕하세요!”

‘준웅이였구나.’

아무튼 청년회장, 도준웅이 담배를 입에 물고 이쪽을 흘겨보며 건성으로 소영이의 인사에 대답했다.

“어, 그래. 그보다 거기 외지인.”

“···예?”

얼마 전에 게이트 사건으로 ‘창읍리의 수호자’라며 고무장갑 끼고 불판 닦고 있는 내게 수치를 줄 때는 언제고 오늘은 또 외지인인가.

그때 소영이가 내 생각을 대변해줬다.

“외지인이라뇨! 얼마 전에 게이트 나왔을 때 오빠가 마을도 지켜 줬잖아요!”

마을의 아이돌인 소영이가 항변했지만, 도준웅씨는 소영이 덕질을 안 하시는지 짜증스레 대꾸했다.

“도대체 지켜 주기는 뭘 지켜 줬다는 거야? 우린 진작 대피소에 있었구만.”

“아니···.”

“됐고, 거기 외지인. 순자 할매 밭에서 뭐 해?”

부추를 뽑으려던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멈춰 대답했다.

“그···. 부추를 좀 가져가려고요.”

“뭐? 누구 마음대로?”

“할머님께 허락은 받았습니다. 이번에 제가 텃밭에 부추를 심어 보려고 나눠 주십사 부탁드렸거든요.”

소영이도 얼른 덧붙였다.

“네! 아까 할머니가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소영이의 지원사격까지 있자 할 말이 없다는 듯, 대답 없이 담배만 뻑뻑 빨아 대는 도준웅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짜증스레 말했다.

“어이, 외지인.”

“···예?”

“앞으로 조심해.”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뭘 조심하라는 말입니까?”

“얼마 전에 뭐 이상한 차가 마을에 들락날락하던데 그쪽 친구인지 지인인지는 몰라도 적당히 하라고. 마을에 외지인이 들락대면 분위기 흉흉해지는 거 알아, 몰라?”

이상한 차?

손 대표의 차를 말하는 건가?

뭐, 그것밖에 없긴 하다.

‘아무튼 이런 시골 마을에 그런 고급 세단이 들락거리는 게 위화감이 크긴 해. 외지인이 맞기도 하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게 사실이기도 한데···.’